일본여행

일본 마쓰리 축제 체험기, 열정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그 순간

복마담 2025. 6. 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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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문화를 가장 뜨겁게 만나는 방법이다

일본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마쓰리’를 꼽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북소리가 울리며,
거리 전체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할 때.

일본의 축제, 마쓰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수백 년의 전통과 지역의 정서가 섞여
하나의 생명체처럼 꿈틀대는 거대한 에너지다.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그 에너지 속에 녹아들며 느꼈던 그 감정은 아직도 선명하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참여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본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 축제를 3가지 중심으로 나눠 소개해본다.

1. 교토 기온 마쓰리 – 우아함과 격식의 절정

 

매년 7월, 교토의 거리를 가득 메우는 ‘기온 마쓰리’.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다.

거대한 수레(야마보코)가 도시를 행진하는 장면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각 수레는 화려한 직물과 장식으로 꾸며져 있고,
사람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줄을 당긴다.

야간이 되면 '요이야마'라 불리는 축제가 시작된다.
제등으로 가득한 거리,
곳곳에서 들리는 전통 음악,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화려하면서도 절도 있는 그 분위기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일본인의 정신을 느끼게 했다.

2.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 – 불꽃처럼 타오르는 축제

도호쿠 지역 아오모리에서 열리는 ‘네부타 마쓰리’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화려한 여름 축제다.
8월 초, 6일간 이어지는 이 축제는
거대한 등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광경으로 유명하다.

‘네부타’는 수십 명이 들어서 끌고 다니는 형형색색의 인형 조형물이다.
전통 전쟁 이야기, 신화 속 영웅, 용, 신령까지
그림자처럼 불빛 안에서 살아난다.

무엇보다 이 축제의 묘미는 ‘참여’다.
현지 복장을 대여하고
“라셋라~ 라셋라~” 외치며 함께 행진할 수 있다.
나는 망설이다 결국 참여했고,
그 순간, 여행자가 아닌 일본 마을의 한 사람이 된 듯했다.

음악, 땀, 북소리.
그 모두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었다.

3. 나가사키 오본 – 조용한 추모, 그리고 따뜻한 기억

‘오본’은 일본의 조상 추모 행사다.
그중에서도 나가사키 오본 축제는
타 지역과 다른,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불꽃놀이 대신, 수많은 사람들이 배(船)를 끌며
폭죽을 터뜨리고 북을 두드리며 행진한다.
조용할 것 같던 오본이
생명과 죽음을 축복하는 축제처럼 느껴졌다.

특히 가족 단위로 준비한 수레가
조상의 이름과 바람을 담아 움직이는 장면은
절제된 슬픔과 따뜻한 기억이 공존했다.

이 축제를 보며,
삶과 죽음이 단절이 아닌
연결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마쓰리는 일본을 이해하는 가장 뜨거운 방법이다

여행 중 마쓰리를 만나게 되면
그 도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정적인 질서, 조용한 배려, 느린 감정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뜨겁고, 살아 있는 일본.

그 안에서 나는 한 나라의 정서를 몸으로 느꼈고,
말보다 강한 감동을 받았다.

다음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일정이 조금 번거롭더라도,
마쓰리 시즌에 맞춰 계획해 보라고.
그 축제 속에는
책에서도 영상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일본이 있다.

당신이 그 속을 걸을 때,
일본은 더 이상 낯선 나라가 아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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