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자마자 편의점부터 간 이유
일본 여행 첫날 밤, 나는 호텔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다.
물 한 병, 간단한 간식이나 살까 했던 마음은 편의점 문을 여는 순간 완전히 달라졌다.
눈앞에 펼쳐진 진열대는 거의 한식 푸드코트 같았다.
따끈한 오뎅 냄비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신상품 스티커가 붙은 도시락과 샌드위치가 눈에 띄었다.
사실, 일본 편의점은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신상품'을 중심으로 하루 한 끼는 무조건 편의점 먹방으로 정했다.
진짜 맛있었던 일본 편의점 신상품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세븐일레븐의 계절 한정 도시락이었다.
“가을 버섯 가득한 불고기 정식”이라는 이름부터가 정감 넘쳤다.
뚜껑을 열자 뜨끈한 증기가 올라오고,
소고기와 함께 볶은 느타리버섯, 표고버섯이 윤기나게 얹혀 있었다.
밥은 일본답게 쫀득했고,
반찬 간은 짜지 않고 은근히 달았다.
작은 통에 담긴 생강절임이 입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줬다.
이게 580엔? 솔직히 감동이었다.
패밀리마트에서는 고로케 샌드위치를 선택했다.
겉은 바삭, 속은 감자와 다진 고기가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그 위에 소스가 발라져 있었는데, 살짝 톡 쏘는 맛이 중독적이었다.
로손에서는 디저트를 공략했다.
이번 시즌 한정 ‘말차 크림 롤케이크’는 달지 않고 쌉싸름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그 유명한 ‘우치카페’ 시리즈답게 디저트 퀄리티는 전문 카페 못지않았다.
그 외에도 간단하게 먹기 좋은 컵라면, 비프카레, 계절 한정 유자 사이다까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작은 여행처럼 설레는 식사였다.
편의점에서 느낀 생활 속 일본
편의점은 일본 일상의 중심이다.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도,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도 항상 불이 켜져 있다.
도시락의 종류나 음료의 구성만 봐도 일본인의 식생활, 취향, 계절을 읽을 수 있었다.
매장 안에는 따로 먹을 공간이 없지만, 호텔 방 안 작은 테이블에 펼쳐진 편의점 음식은 그 어떤 식당 부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가격 대비 품질.
포장 하나까지 신경 쓴 구성.
신상품이 자주 바뀌는 이유도 소비자들이 늘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간혹 매대 앞에서 직장인들이 진지하게 도시락을 고르는 모습을 보면
이 문화는 단순히 ‘편의’가 아닌 ‘취향’으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자에게 편의점은 필요한 걸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엿보는 창이었다.
편의점 먹방이 남긴 건 포만감만이 아니었다
일본 편의점 음식은 그냥 ‘먹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의식이었고,
나만의 힐링 타임이었다.
관광지에서 피곤하게 돌아온 밤,
편의점 앞 야외 자판기 옆에 앉아 따뜻한 오뎅 국물을 마시며
도시의 소음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신상품은 늘 바뀌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건 작은 것에 정성을 다하는 일본의 태도였다.
다음에 또 일본에 간다면?
나는 미리 편의점 신상품 리스트부터 검색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도시락과 디저트를 기대하며 다시 그 자동문을 밀고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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