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 않아서 좋았던 소도시의 리듬
소도시는 ‘느림’이라는 감정을 가르쳐 준다.
크고 화려한 도쿄, 오사카를 지나
가나자와행 특급열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 풍경은 점점 고요해졌고,
도시의 속도는 점차 사라졌다.
가나자와역에 도착하자
거대한 목조문 ‘쓰즈미몬’이 나를 맞이했다.
현대적인 역과 전통의 조화는
이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듯 우뚝 서 있었다.
걸음은 자연스럽게 가나자와의 구시가지로 향했다.
히가시차야가이 거리.
조용한 골목마다 전통 찻집이 늘어서 있고,
대문 앞에는 붉은 노렌이 바람에 나부꼈다.
낮은 담장, 목재 외벽, 좁은 골목.
그 속을 걷는 나의 속도마저 달라졌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 길 위에서
나는 오랜만에 ‘걷는 즐거움’을 느꼈다.
다카야마,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
다카야마는 알프스 산맥 품에 안긴 소도시다.
일본의 옛 정취를 간직한 곳으로,
역에서 도보 10분이면 구시가지 ‘산마치스지’에 닿는다.
목조건물들이 옹기종기 이어진 그 거리에서
시간은 정지된 듯 흘렀다.
장인의 손길이 담긴 목공예품,
지역 특산품을 파는 작은 상점,
담백하고 깊은 맛의 히다규 고로케.
소박하고 조용하지만, 풍부한 감정이 깃든 거리였다.
오후가 되자 거리에 붉은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해가 산너머로 넘어가며
목조 창틀 사이로 따뜻한 불빛이 흘렀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작은 찻집에 들어가
유자차 한 잔을 시켰다.
아무도 말 걸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공간.
거기서 나는 비로소 ‘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겼다.
소도시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가나자와와 다카야마를 여행하며 느낀 건
‘관광’보다는 ‘기록’이라는 감각이었다.
사진보다 기억.
명소보다 순간.
그 속에서 마음이 자주 움직였다.
소도시의 매력은
무언가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 있다.
굳이 뭘 하지 않아도,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들은 급하지 않았다.
속도를 줄인 삶은
오히려 더 진한 감정을 남겼다.
화려하지 않아도 깊었다.
작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다.
이 여정은 단지 일본을 다녀왔다는 흔적이 아니라,
내가 잠시 멈추었다는 증거로 남았다.
그리고 그 멈춤 덕분에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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