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눈물이 났다, 이 길은 꼭 가보세요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고, 그 어떤 위로도 거짓처럼 느껴지는 날. 나는 그런 날, 가만히 이 길을 걷는다. 길이라고 하기엔 조용하고, 여행지라고 하기엔 너무 적막한 그 길. 하지만 그 모든 ‘적음’이 오히려 내 마음을 채워주었다.
걸음을 내딛는 순간, 발 아래서 사그락이는 낙엽 소리가 들려온다. 찬 바람은 볼을 스치고, 나뭇잎들은 바람 따라 흔들린다. 그런데 그 사소한 모든 것들이 내 안에서 천천히 말을 걸어온다.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제주 올레길이 유명하지만, 내가 찾은 이 국내 올레길은 더 조용했고, 더 깊었고, 더 따뜻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돌담이 보이고, 이끼 낀 계곡이 흐르고, 오래된 나무들이 햇살을 걸러내며 그늘을 만들어준다. 마치 이 길 전체가 한 사람을 위한 위로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혼자 걷기 좋은 길은 많지 않다. 사람이 없는 길은 무섭고, 사람이 많은 길은 시끄럽다. 그런데 이 길은… 적당히 비어 있고, 적당히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길 위에서 처음으로 혼자라는 사실이 편안했다.
눈물이 났다. 별일도 없었는데, 하염없이 걸으며 터져버린 감정. 길은 조용히 그 눈물을 받아주었고 바람은 흘러가는 듯 말없이 다독여주었다. 그날 이후, 이 길은 내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찾는 피난처가 되었다.
만약 당신도 요즘 삶이 버겁고 마음이 자꾸 무너진다면, 사람들과의 거리감에 지치고 있다면, 굳이 멀리 제주도로 가지 않아도 좋다. 이 길 하나면 충분하다.
햇살이 들고 나무 그림자가 너울거리는 이 국내 올레길에서 당신도,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걷기만 했는데, 눈물이 나는 길. 꼭 한번, 걸어보길 바란다.